박경훈 감독, “실패가 재기의 원동력”

  • 2010-04-28
  • 3481

첨부파일 (0)

제주발(發) 돌풍이 매섭다. 지난해 14위에 그쳤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중간 순위 4위에 오르며 K-리그 지형도에 새판 짜기를 예고했다. 그 중심에 "\;실패의 교훈을 아는 남자"\; 박경훈 감독이 있다. 박경훈 감독은 지난 2007년 U-17 대표팀을 이끌고 세계 대회에 나섰다. 개최국이 한국이었던 탓에 U-17 대표팀을 향 한 유례없는 관심이 쏟아졌다. 축구팬들 일부는 안방에서 이룩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를 U-17 대표팀에 투영했다. 상대적으로 약체로 분류됐던 토코, 코스타리카, 페루와 같은 조로 분류되어 토너먼트 진출은 따 놓은 당상 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결과는 알려진 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U-17 대표팀은 1승 2패에 그쳤고 토너먼트 진출은 물거품이 됐 다. 책임은 고스란히 수장이었던 박경훈 감독에게로 향했다. 박경훈 감독은 "\;안방 잔치"\;를 망친 장본인 취급을 받았 다. 현장을 떠난 박경훈 감독은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교수로 부임해 이론을 섭렵했다. K-리그 감독 부임 5개월 차인 박경 훈 감독이 벌써 "\;교수님"\;이란 별명을 얻은 이유다. 지도자 자격증 중 최고 레벨인 P라이센스도 획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제주 감독으로 부임해 제주 돌풍을 준비했다. 김은중, 이상협, 배기종, 김호준 등 이적생들의 연 착륙을 도왔고, 구자철과 조용형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술로 시즌을 준비했다. 8라운드 현재 제주는 성남, 포항, 수 원 등의 강호를 눌러 앉히고 4위에 올라있다. 실패했던 감독이 축구계에서 최상위층이라는 프로 축구 감독 자리에 올라 순항하는 데 걸렸던 시간은 2년을 약간 웃 돈다. 박경훈 감독은 이 모든 과정을 있게 했던 동력으로 2년 전의 "\;실패"\;를 꼽았다. "17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며 실패를 배웠습니다. 그때는 성적에 대한 욕심이 있었어요. 왜 미래를 보지 못하고 현재 에 얽매었는지 지금으로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대회는 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일깨워 줬어 야 했는데 저부터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의 경험은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계기가 됐습니다. 비난을 수용할 수 있고,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미덕을 깨달았죠" 박경훈 감독은 실천하는 감독이다. 2년 동안 깨닫고, 느끼고, 배웠던 것들 모두를 그라운드 안팎에서 실천하고 있다. 선수들을 꾸지람을 내리기보다 격려와 칭찬으로 대한다. 단점을 억지로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더욱 가다듬는 방식이 다. 각자의 장점이 키워지면 서로 장점이 한 데 아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박경훈 감독의 생각이 다. 박경훈 감독은 제주 축구에 신바람을 불러오겠다는 뚜렷한 철학으로 자신의 뜻을 초지일관 지키고 있다. "목표가 무엇이냐고 기자분들이나 팬들이 물어보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하지만 이제 막 리빌 딩을 시작한 제주가 당장 성적을 노린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물론 프로팀이 승리를 위해 전진하는 것은 맞아 요. 그러나 그 승리라는 것이 당장 다음 경기, 올 시즌 성적으로만 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팀이 지향하는 스타일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고 담금질 하다 보면 궁극적인 승리는 당연히 찾아오게 마련이에요. 좀 더 가다듬고 선수들의 재 능을 살리고 활기 넘치는 모습을 만들어 팬들에게 보답하는 멋진 경기를 펼쳐보이겠습니다." 실패의 힘을 아는 남자이자 배운 것을 실천하는 남자인 박경훈 감독의 제주는 그렇게 만들어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