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감독, "제주의 도전은 지금부터"(上)

  •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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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감독에게 2010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한 해였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 컵 당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던 그가 지도자로서 재기를 알린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10월 제주의 지휘봉을 잡은 박경훈 감독은 패배에 길들여진 팀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으며 제주발 돌풍 의 중심에 섰다.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독려했고 정확한 목표의식도 심어주었다. 비록 FC 서울의 벽 에 막혀 준우승에 그치긴 했으나 그동안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를 벗어내며 2011시즌 기대감을 한껏 드높였다. 올해의 공로를 인정받은 박경훈 감독은 프로 사령탑으로 새 출발 하자마자 올해의 감독으로 뽑히면서 깨끗하게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1986년 MVP, 2009년 감독상)에 이어 2번째로 MVP와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하 는 영예도 함께 했다. 그러나 실패의 힘을 아는 박경훈 감독은 자신과 제주의 도전은 "여기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라고 강조했다. 시작 하기 전부터 미리 한계를 설정해 놓은 것 자체가 실패의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찬란했던 한 해를 뒤로 하고 또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선 박경훈 감독. 제주 만의 감동이 있는 축구, 아름다운 축구를 통해 순간이 아닌 시대, 나아가 K리그 전체의 여건을 끌어올리는 싶다는 게 그의 가장 큰 포부였다. - 지난해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후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휴식기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시즌 때보다 더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인터뷰가 쇄도했고 시상식에 참가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어요. 지금은 2011시즌에 대한 구상을 계획하고 있어요. 첫 단추가 잘 꿰어야 옷맵시가 잘 살아나 듯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K리그를 강타했던 제주발 돌풍에 대한 말을 안 꺼낼 수가 없군요. 솔직히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어느 정 도의 성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나요? 시즌 개막 후 세 경기에서 우리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주문했죠. 부산 원정 에서 한 명이 퇴장당하는 혈전 끝에 1-0 승리를 거두고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다크호스로 손꼽혔던 경남과 차례로 무 승부를 거두면서 한 번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목표는 6강 챔피언십 진출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철저한 승점 관리를 가졌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는 4경기에 서 승점 7점을 확보하라는 식이었죠. 이처럼 선수들에게 구체적인 목표의식을 만들어주니까 매 경기마다 집중력이 강해졌습니다. 지난해 비기거나 패배했던 경기가 올해는 이기거나 비기게 된 셈이죠. 그 결과 최종 승점 목표는 46점 이었는 데 이를 훨씬 상회하는 59점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 예전보다 가장 달라진 점은 선수들의 얼굴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절로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제주 선수단의 첫 인상은 패배 의식에 젖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실제 2009년 경기를 살펴보니 선제골을 허용하 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역전을 당해도 다시 뒤집을 의지도 없었죠. 특히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선수들에게 축구를 즐기라고 주문했어요. 즐기기 시작하면 자신감을 되찾고 그 속에서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과한 질책은 필요가 없었어요. 프로선수라면 최고의 단계입니다. 물론 선 수들이 바른길을 가지 못할 때 조언자가 될 수는 있지만 기량을 보이는 것은 결국 선수들의 몫이니까요. - 변화의 가능성을 감지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마도 지난해 7월 2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였을 겁니다. 당시 김은중의 선제골로 앞서 나가다가 유병수 와 베크리치에게 연속골을 허용했죠. 원정 경기인데다 상대가 끈끈한 조직력을 보유한 팀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 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38분 동점골이 터지더니 경기 종료를 앞두고 김은중의 버저비터가 터졌어요. 바로 그날부터 취재진들에게 우리가 비로소 강팀이 됐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강팀의 조건은 연패가 없고 90분 동 안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구현하는 것인데 이날 제주의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