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감독, "제주의 도전은 지금부터"(下)
- 201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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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스스로도 U-17 청소년 대표팀 사령탑 재임 시절때와 비교하면 많이 변화한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봐도 그 시절에 비해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아요. U-17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 당시에는 눈 앞의 결과
에만 연연했습니다. 무조건 이기고자 했고 선수들을 다그쳤죠. 그 때 내가 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주문은 ‘힘들
때가 진짜 승부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얼마나 독하게 가르쳤을지 짐작이 갈 겁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고
제주를 맡기 전까지 전주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 발 뒤에서 축구를 보고 공부를 하니 새로운 것이 보이기 시작
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승리에 대한 욕심을 비우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죠.
- 제주발 돌풍을 언급할 때 주장 김은중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적생인 그에게 주장 완장을 맡긴 이유는 무
엇인가요?
김은중과 같이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선수는 드물죠. 특히 주장으로서 팀의 소통과 화합을 이끄는데 젊은 신예가 많
은 제주의 전력 강화에 보이지 않은 큰 힘이 됐어요. 팀의 중추로서 자리를 잡다보니 자연스레 경기력도 전성기 시절
에 도달한 것 같아요. 비록 폭발력은 예전과 같지 않지만 문전 앞에서 세련미는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베테랑 선수의
존재감은 바로 이런 것이죠.
- 시즌 내내 승승장구를 달렸지만 결국 FC 서울이라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은 두고두
고 아쉬울 것 같습니다.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어요. 특히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내준 챔피언결정 1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어떻
게 할 손 쓸 수가 없었던 경기였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이게 바로 축구의 매력이 아닐까요. 우승이라는 것은
제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행운도 따라야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로 준우승을 차지했고, 최선을 다하고 팬들에게 멋진 경기를 보여줬다는 사실에 커다란 만족
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삼다(三多)의 축구, 즉 바람과 같이 빠른 공수 전환, 돌처럼 단단한 조직력, 여자와 같은 아름
다운 축구, 이런 부분을 선수들이 너무 잘 이해했고,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갔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뿌듯하고
기억에 많이 남네요.
- 제주의 진정한 도전은 올해부터 시작한다고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K리그와 ACL, 두 마리 토
끼몰이에 나서야 하는데 어떻게 대비할 생각인가요?
2011시즌은 아마도 가장 힘들고 어려운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요. 선수들 역
시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설레이고 있어요. 모든 팀들이 우리를 견제하겠지만 우리는 분명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
다고 믿습니다.
첫 목표는 ACL 8강 진출입니다. 일단 8강에 진출하면 우승까지 도전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울러 K리그에서 6강
챔피업십 진출권도 거머쥐고 싶어요. 컵대회와 FA컵은 선택과 집중을 할 생각입니다. 성적을 떠나 신예 선수들을 성
장시킬 수 있는 무대로 이용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나 역시 사람인지라 시즌이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웃
음)
- 가장 보완해야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원래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없어요. 아무래도 촉박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어느 한 부분을 보완한다기보다는
전체적인 선수층을 더 두텁게 할 필요가 있죠. 단순히 인원수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소수 인원이라도 주전과 후보의
기량 차이가 별로 나지 않도록 전체적인 파이를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주축 선수 한 두 명이 나오지 못한다 해도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어야 해요. 선수들간의 격
차를 더 줄일 필요가 있죠. 그리고 수비와 미드필드, 공격에 있어 한 명씩 정도는 보강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아
울러 기존 선수들의 잠재력도 더 이끌어내야 할 것 같네요. 이렇게 보니 정말 숙제가 많습니다.(웃음)
- 마지막으로 제주에서의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단순히 성적을 내는 것보다 제주 만의 축구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아직은 과정이고 그래서 갈
길도 해야 할 일도 많죠. 정말 아름다운 축구를 하고 싶어요. 내년에는 70%, 후년에는 90%를 이루고 싶습니다. 스페
인 축구에 버금가는, 제가 늘 롤 모델로 삼는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를 연상시키는 아름답고 창조적인 플레이
로 K리그 무대를 선도하고 모든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축구를 선보이고 싶어요. 현재가 아닌 미래, 순간이 아닌
시대를 꿈꾸는 게 진정한 명문팀이 아닐까요? 제주의 진정한 도전은 지금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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