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박경훈 감독 "선수들의 마음에 불을 당기겠다"
- 201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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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철학자 화이트 헤드는 훌륭한 교사를 이렇게 정의했다.
“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당기는 게 가장 위대한 교사다.”
만년 하위권에 맴돈 제주를 부임 첫해 프로축구 2위에 올려놓은 박경훈 감독(50)이 요즘 수없이 되뇌이는 문구다.
지난해 박감독은 싫은 소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것만 고치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데”라는 식으로 단점을 우
회적으로 지적하는 말도 전혀 없었다. 모든 말은 칭찬으로 시작해 칭찬으로 끝났다. 그래서 선수들은 프로가 무엇인
지 스스로 생각했고 스스로 반성했고 스스로 달라졌다. 그게 제주가 예상을 깨고 좋은 성적을 낸 힘이었다.
좋은 지도자라면 해가 바뀌었는데 과거와 같은 철학을 또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되는 법. 11일 일본 오키나와 훈련캠프
에서 만난 박감독은 “대화를 통해 선수들의 마음 속에 불을 당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꺼내든 프로의식 고취에 이
어 부임 2년째 뽑아든 두번째 승부수다. 박감독은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개인면담을 많이 할 생각”이라면서 “축구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가족, 개인, 부모 등 모든 면에서 선수들과 인간적으로 교감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선수생활에 접어드는 김은중(32)에게는 은퇴하기까지 선수생활을 오래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법을
나눌 생각이다. 새로 온 신영록(전 수원), 강수일(전 인천)과는 이전 팀에서 보낸 어렵고 힘든 시간을 공유하면서 즐
겁고 재밌게 공을 차자는 이야기를 할 참이다. 스타든 아니든, 주전이든 후보든, 베테랑이든 신예들이든 각자 상황에
알맞게 화두를 던지면서 선수들을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인내심있게, 때로는 승부욕에 불타게 만들겠다는 뜻이
다. 박감독은 “내가 잘 가르쳐서 선수들 기량이 좋아지는 게 아니다”면서 “나는 그동안 선수들의 잠재력을 억두르고
있었던 뭔가를 떼어내줄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선수단은 항상 웃음꽃이 핀다. 식사할 때도 여기저기 왁자지껄해 시장에 온 것 같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웃
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훈련은 진지하면서도 자유롭다. 실수해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시도 좋
았어. 아주 잘 했다. 한번 더 해봐”라는 박감독의 말만 들릴 뿐이다. 주장 김은중조차 “지도자 눈치보지 않는 훈련시
간이 너무 좋다”면서 “한마디로 말하면 훈련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고 할 정도다. 이전 팀에서 상처를 받고 제주로
온 이적생, 올해 새롭게 가세한 브라질 용병, 선배들 앞에서 소위 ‘각잡고’ 있어야할 줄 알았던 신인들 등 모든 선수
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프로선수는 돈을 벌기 위해서 공을 찬다. 제주도 물론 그렇다. 그러나 제주에는 다른 구단에 없는 게 있다. 그게 바로
동심이다. 서로 어울려 즐겁게 공을 차던 어린 시절, 실수를 해도 “괜찮다. 다시 하자”며 서로를 다독이던 그 때, 즐겁
고 신나는 공놀이에 빠져 해가 저무든 줄 몰랐던 코흘리개 마음. 제주 선수들은 공을 차는 게 즐겁다.
제주는 겨우 1년 만에 만년 하위팀에서 우승후보팀으로 신분이 격상됐다. 올해에는 K리그 정규리그 컵대회 뿐만 아니
라 챔피언스리그도 출전해야한다.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동기부여다. 그래도 제주의 목표는 리그 우승도, 챔피언스리
그 정상 등극도 아니다. 바로 다음 게임 승리가 목표다.
박감독은 “돌처럼 단단하고 바람처럼 빠르고 여자처럼 아름다운 삼다(三多) 축구의 완성도를 높여 아름답고 절묘한
탁구 경기와 같은 ‘핑퐁사커’를 해보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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