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전 인터뷰] 홍정호, “UAE전, 제 점수는요…”
- 2011-11-14
- 4604
첨부파일 (0)
“50점은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무실점을 했으니…”.
말 끝을 흐리더니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레바논과의 중동 원정 2연전을 치르고 있는 A
대표팀에서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고 있는 홍정호(제주) 얘기다. 조광래호의 ‘키맨’ 기성용(셀틱)이 건강 이상
으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그 공백을 대신하고 있는 그다. 홍정호가 중원으로 올라서면서 연쇄적인 변화가 생기는 이른
바 ‘홍정호 시프트’가 요 며칠 화두였다. 기대만큼이나 칭찬과 비난이 엇갈리면서 홍정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
는 시점이다.
“UAE전, 공격할 생각 없었다”
홍정호의 본업은 중앙수비수다. 소속팀에서도, 올림픽팀에서도 줄곧 최후방을 지켜왔다. 간혹 풀백 자리로 이동한 적
은 있었어도 수비라인을 벗어나 뛴 것은 고교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미드필더로 뛴 UAE전에서는 정신이 없었다. 조
광래 감독은 홍정호에게 수비력과 공격 지원 능력을 동시에 기대했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수비력에서는
만족할 만한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공격력은 미흡했다.
홍정호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애초부터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 “(이)용래 형이랑 (구)자철이 형이 있으니까 공
격 가담을 하지 말고 지역을 지키라고 하길래 수비에만 치중했다”는 설명이다. 본업이 수비수인데다 애초 중원의 수
비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었으니 그에 충실하자는 입장이었다. 자신의 플레이에 몇 점을 줄 수 있겠냐고 물으니
“50점은 되지 않겠어요. 일단 무실점 했으니”라며 웃어 보였다.
수비수 vs 미드필더
수비수로 뛸 때와 미드필더로 올라섰을 때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활동량’을 꼽았다. 미드필더는 전방위를 커
버하면서 많이 뛰어야 하는 반면 수비수는 (조광래호를 기준으로) 투 스토퍼가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위기 상황에 직결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아무래도 수비수일 때가 더 크다. 홍정호는 “수비에서 만약 내가 제쳐진다면
바로 실점 위기를 맞는다. 위(미드필더)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게 덜하니까 파울로 끊게 된다”고 말했다.
수비수일 때나 미드필더일 때나 달라지지 않은 습관도 있다. 계속해서 옆 자리의 동료를 보는 것이다. 수비수일 때는
간격과 위치를 조정하기 위해서였다. 미드필더로 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 위치가 맞는지 용래 형을 계속 찾게 되더
라. 용래 형이랑 자철이 형한테 계속 챙겨달라고 했다. 내가 너무 수비 쪽에 있어서인지 감독님이 계속 올라가라고도
하셨다.”
미드필더 변신 본격화?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에서는 기성용의 ‘대타’로 뛰고 있다. 깜짝 카드였다. 그런데 일회성으로 끝나지는 않을 모양이
다. 조광래 감독은 “기성용이 있었어도 홍정호를 미드필더로 기용할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강팀과
의 대결에서는 홍정호를 중앙 미드필더로 세우고 기성용을 전진배치해 경쟁력 있는 중원을 꾸리겠다는 구상이다.
홍정호에게 계속 미드필더로 뛸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의외의 질문이라는 듯 잠깐 고민에 빠지더니 “부담이 되겠지
만 나를 믿어주시는 거니까 그 부분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 그 자리에 대한 분석도 해야 한다”고 답했다.
UAE전을 앞두고도 비디오 분석을 통해 미드필더로서의 움직임에 대해 연구했다. 부담이 적지 않았다. 홍정호는 “성
용이 형 비디오를 계속 보고 방에서도 따로 봤다. 위치나 형들이 서는 자리, 움직임을 배웠다. 보고 생각하느라 경기
전날 잠도 못 잤다.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도 너무 많았다”며 뒤늦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올림픽팀에서는 ‘든든한 주장’
홍정호의 중동 원정은 레바논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레바논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을 치르고
나면 곧바로 카타르로 날아가 올림픽팀에 합류한다. 올림픽팀의 주장이다. 강행군에 특별한 책임감까지, 심신이 피곤
할 법도 한데 홍정호의 답변은 예상을 빗나갔다. “올림픽팀에서 내가 힘든 표정을 지으면 (홍명보)감독님이랑 다른
선수들이 미안해할 수도 있다. 거기선 내가 리더니까, 힘든 척 안하고 분위기를 잘 이끌고 싶다.” 어리지만 속 깊은,
차세대 수비리더의 일면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 이전글
- 다재다능 홍정호, 기성용의 공백 메운다
- 2011-11-10
- 다음글
- 홍정호, 중동 원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201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