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현-권순형, "제주의 상승세, 우승으로 이을 것"
-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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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우승에 일조하는 게 목표다.” “팀의 우승이 곧 나 개인의 목표다.” 올 시즌 제주유나이티드의 고공행진에는 이유가
있었다. 골을 넣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서동현(27)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살림꾼 역할을 하는 권순형
(26)이나 목표는 한결같았다.
A매치 휴식기를 이용해 천안축구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주의 전지훈련에서 함께 자리한 이들은 진지하고도 유쾌한
팀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서로 익살맞은 농담을 던지면서도 팀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
껏 목소리를 높였다.
서동현과 권순형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강원에서 함께 제주로 이적했다. 이들이 합류한 후 제주는 14경기를 치른 현재 3위
를 달리고 있다. 비결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코칭스태프들의 연구와 분석이 정말 엄청나다. 상대에 따른 치밀한 맞춤형 전
술이 잘 맞는 것 같다”며 박경훈 감독 휘하 코칭스태프들의 노력에 공을 돌렸다.
박경훈 감독은 정확한 짧은 패스를 통해 볼 점유율을 끌어 올리고 순간적인 침투로 마무리 짓는 제주의 스타일을 방울뱀
축구라 칭했다. 방울뱀에서 이들이 맡는 역할이 궁금했다. 공격수 서동현은 “한 번에 독을 쏘는 머리 역할”이라며 무난한
답을 내놨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권순형은 “나는 꼬리를 흔들어 상대를 유인한다”고 웃으며 답
했다. 미드필더가 몸통이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당연히 몸통은 감독님, 코치님이다”라고 했다. 우문에 현답이었다.
이렇듯 선수들에게 신뢰받고 있는 박경훈 감독은 시즌 전 각 선수들에게 달성해야 할 공격 포인트를 정해줬다. 서동현은
“7골 3도움인데 지금 4개(3골 1도움)를 했다. 남은 시즌 6개 채워서 금 한 돈을 꼭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
순형은 “동현이형은 공격수니까”라고 쏘아붙이면서 “처음에 감독님께서 5골 7도움을 정해주셨지만 2골 4도움으로 목표치
가 줄었다”고 했다. 이어 “아마도 내 포지션이 후방 쪽이고 세트피스 때도 뒤에 처져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
다.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둘을 따로 떼어내 조금 더 개인적인 부분을 물어봤다. 서동현은 지난 4월 득녀의 기쁨을 누렸다. 아
버지가 된 심정이 어떠냐고 묻자 “말로만 듣던 기저귀 값을 벌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다. 딸이
태어난 후 아직 골이 없는데 빨리 넣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행복함이 느껴졌다.
기분이 한껏 좋아진 그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연달아 던졌다. 먼저 2008시즌 1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수원의 우승을 이끌었
던 시절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당시엔 수원의 스타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자꾸 그때를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 만족하
는 순간 몰락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현실에서 더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제주가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크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제주의 자일, 산토스, 호벨치 3명의 브라질 트리
오는 팀 득점(27골)의 절반을 훌쩍 넘는 17골을 책임지고 있다. 이에 서동현은 “팀으로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해결해주면
좋지만 같은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이 뒤쳐진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그
러면서 비오는 날 유독 잘해서 붙은 별명인 ‘레인메이커’라는 애칭에 걸맞게 “굳은 땅에 비를 내려주는 역할을 위해 노력하
겠다”고 덧붙였다.
서동현의 말이 끝난 후 한 살 동생인 권순형은 서동현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서동현에 대해 “동현이형
은 괴롭히면서 잘해준다”면서 “어렸을 때 좋은 여자애 괴롭히는 것”과 다름 없다고 농을 쳤다.
권순형은 “동현이형이 아기를 얻더니 사람이 온화해지고 딸 바보가 되어간다”면서 “나도 빨리 장가를 가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제주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확실한(?) 여자친구는 없이 연락하는 친구만 있다. 앞으로 축구와
연애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라며 응당 20대 청년다운 말을 내뱉기도 했다.
혈기왕성한 그에게 제주 생활이 답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심심하기는 하지만 감독님께서 외박도 자주 주려고 하
시고 선수들도 서로 갈 때가 없으니 함께 어울려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영화도 같이 본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친해지면
서 조직력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렇게 사생활에 대해 한없이 밝게 말하던 그도 축구 이야기가 나오자 금새 진지해졌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파트너로
나서고 있는 송진형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똑똑한 친구라 서로 맞추기가 편하다. 진형이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나는 수
비적으로 움직인다”며 명확한 역할 분담부터 설명했다.
이어 “시즌 초에는 우리를 잘 모르니까 잘 먹혔지만 제주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압박이 심해졌다. 그것에 대해 코칭스태프
도 많이 연구하고 우리와 대화했다. 눈빛만 보고도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의 해결과제와 목표
를 밝혔다.
아쉽게도 권순형은 현재까지 13경기에 출장할 정도로 확고한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격 포인트가 없
다. 그러나 그는 “보이지 않는 음지를 확실히 커버하는 게 지금 내 역할이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후에 기회가 되
면 골에 도전하겠다”며 남다른 희생정신을 드러냈다.
그는 “여성팬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숫기가 부족해서 표현을 잘하지 못했다”면서 “인터뷰를 통
해서라도 과분한 사랑 주셔서 감사하다고 꼭 말하고 싶었다”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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